글
무식
아. 난 참으로 상식이 부족하고 무식하다.
그냥 범위 정해놓고 하는 일 말고.
아주 순수한 지적 호기심으로 뭘 보거나 하질 않는다.
우리팀에서 돌아가며 자유주제로 매주 스터디를 하는데
이제 책이 아니라 평소 관심있거나, 재밌는 주제들을 나누기로 했다.
한 아이는 미술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한 아이는 프로그램을 써서 광마우스로 그림그리는 법을 발표 한단다.
나는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음.. 좋아하는게 뭐지?
아니면 남들보다 좀더 아는게 뭐지?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아, 이런거 있겠다.
인터넷 쇼핑에서 실패하지 않는 법... 엉?
괜찮은 술집 고르는 법... 엉엉??
어른들 놀려서 속터지게 하는 법... 엉엉엉???
아무일도 안하고 가만히 누워있는 법... 엉엉엉엉????
아 진짜 무식하다.
멍청한거 같진 않은데 뭐지. 나란 여자.
방금은 산책을 하고 왔는데, 햇빛이 너무 강해서 땀이 질질 난다.
인터넷 쇼핑 노하우를 발휘해서 썬캡을 하나 사보아야겠다.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에 까만 썬캡을 쓰고 산책을 하면 까리하겠다.
어휴..
일하자.
글
눈치
나는 눈치가 빠른 편이다.
사실 나의 눈치는 오감이 타고나듯 의도적인 노력으로 만들어 진 건 아니다.
그냥 생겨먹은게 그런거 같다.
다행히 어디가서 욕먹을 짓은 잘 안하고, 오히려 이쁨받는 경우도 많고.
하지만 눈치가 빠르다 = "눈치를 본다"
이런 능력같잖은 건 지나가는 개 아니, 제주니까 망아지에게 풀뜯어 먹으라고 던지고 싶다.
#1. 어떤 사람에게 독설을 했다.
한때 소중한 사람이었고, 하지만 일련의 사건 끝에
스무살 꽃처녀 빙의해서 저주의 말들을 쏟아냈다.
난 그 사람이 상처받을까, 내가 너무 심하게 이야기 했나 내심 걱정했다.
반대로 내가 그런 말을 듣는다면, 내 의도는 그것이 아니고, 난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라며
구구절절 오해를 풀어보려 변명을 늘어놓을거 같다.
그저 미움받는게 싫어서인지, 아니면 네츄럴본 탑재된 눈치라는 놈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지만 나같지 않았다.
사실 해명을 하든 변명을 하든 이제와 무슨 소용인가.. 그가 맞다.
나만 우습게 살았다 싶다.
#2. 쓸모없는 감정소모가 있었다.
A라는 어른이 나에게 어떠한 사실을 이야기 했고, (업무적으로)
난 B라는 어른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공유차원에서)
B가 A에게 버럭해 서로의 감정이 상했고, A와 B는 득달같이 나에게 전화, 메신저 등으로
무언가의 해명 및 입장을 요구했다.
난 이런 상황이 너무 스트레스 였고, A와 B에게 각각 실망을 했다.
집에서 생각했다. A와 B도 집에가서 좀 후히하겠지, 부끄럽겠지..
하지만 내 생각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그냥 A와 B는 그러고 말고, 나만 괴로웠던 거다.
A가 B랑 한판 뜨든 피를 흘리든 난 왜 맘 고생했던걸까.
눈치보던 나만 찐따였다. (아. 술땡겨)
#3. 그래 미움 좀 받으면 뭐.
살면서 매번 사랑만 받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움을 크게 받은 적은 없었는데.
최근에는 사랑을 못받은건지, 아님 미움을 마구 받는건지.
여튼 '사랑-미움' 의 크기가 점점 줄다 못해 사라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럼 어때.
미움 받으면 어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 없는 노릇.
나 역시 싫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 싫어하는 사람이 내가 미워해서 못살았던가.
그래 난 눈치빠른 눈치보는 이 쓰잘데 없는 감각을 좀 무디게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무디게 하지?
눈치 빠른년이 이런건 몰라.
에라이.
글
The Job
어제 이 책을 읽었다.
현수한테 몇 달전 설책으로 받고는 조금 읽고 뒀다가
어제 잠이 오지 않아 읽기 시작해서 끝장을 보았다.
잘나가는 뉴요커 맞벌이 부부.
초식남스러운 이 남자는 컴퓨터 잡지사의 세일즈파트에 우리로 치면 유닛장 정도 되는듯.
여자는 마케팅회사 팀장이상.
비싼 월세를 내고 기념일에 명품선물과 휴가를 즐기고, 비싼 레스토랑을 다니며
나름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이어가며 아이는 없고
카드값은 어느정도 밀렸지만, 연말 인센티브로 메울수 있는.
아직은 뭔가 아직 2%부족한 상태.
탄탄대로 일것만 같은 삶에 이리 꽝 저리 꽝.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과 사랑이 꼬여버린다.
책의 85%정도를 읽었는데 점점더 엎친데 곂치는 상황.
도대체 이 미친 작가 어떻게 메조지를 하려고 이러나.
역시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
결말이 가장 맘에 들었다.
세일즈맨 스러운 해결. 그리고 다시 찾은 사랑.
머리복잡할때 재밌는 영화한편 보는 기분으로 보기 좋은 책.
오늘 점심시간에 병원을 다녀왔는데.
너무 덥고 배가 고파서 정말 지쳐있었다.
100키로 밟아 회사 주차장에 차를 딱 대는데,
눈앞에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한참 서울병에 걸려서 서울 가고 싶다 노래를 불렀는데
역시나 제주가 또 사랑스러워지는 순간이다.
탁탁털고 차에서 내려 늦은 점심을 즐겁게 먹었다.
네드앨런이 타고난 세일즈맨의 재치로 힘든 상황을 이겨냈다면,
나는 어떤 결론으로 이 소설을 마무리 할 수 있을까.
식권신청하고 세차하러 가야겠다.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