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읽기 2014. 8. 13. 18:11

지난 주말 일요일밤

청소를 끝내고 월욜아침 출장을 가기 위해

일찍 쉬려고 했으나, 바깥바람이 쐬고 싶어 동네 카페로 갔다. 


한시간만 책읽어야지 뭐가 좋을까 하다 

가볍고 표지가 이쁜,  그리고 선물받고 반만 읽었던 야간비행을 골라잡았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와 지금의 나는 뭐가 변한걸까?


그땐 선물해준 분이 너무너무 좋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난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고, 절반 정도 읽다 그만 두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잡은 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밤하늘이라는 내가 잠든 사이 펼쳐지는 세상이 있는데, 

그 세상에 인생의 모든 것이 깃들여 있는 느낌이었다. 


비행사 파비엥, 감독관 로비노, 본부장 리비에르-

20세기 초 우편물 배달을 목적으로 야간비행을 하는 (그 당시에는 목숨을 건 모험과 같은)

극명하게 위치가 다른 세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들의 공통점은...

어떤면에서 셋다 "열정의 아이콘"이다. 


파비엥은 목숨을 건 아름답고도 잔혹한 밤하늘과의 사투를 벌인다. 

"용기"의 미덕을 보여줬다. 결국 밤하늘에 묻혀 버린다. 까리했다. 매력쟁이.

파비엥의 눈에 비친 밤하늘에서 내려다본 세상의 모습은 너무 매혹적이었다. 

(외모에 큰 가중치를 두는 나로서, 파비엥의 외모묘사가 많지 않아 좀 아쉽...)


감독관 로비노는 멍청하지도 잘나지도 않고 수동적으로 리비에르의 명령에 복종하지만,

감독관이라는 역할을 충실히 하려 애쓴다. 

때로는 누구에게든 기대고 싶은 자신의 나약함 마저 질책 당하며, 매력없이 느껴지지만

어쩌면 때론 우리도 저런 모습일거다.

기계의 견고한 나사같은.

나사는 나사일 뿐이지만 나사가 없이는 기계가 망가진다. 


본부장 리비에르-

어쩌면 쌩떽쥐베리가 가장 멋있게 묘사한 주인공 같은 느낌.

반백이 될때까지 일에대한 열정으로 살아왔다. 사랑도 낭만도 여유도 모두 뒤로 미뤄둔채. 

완벽에 완벽, 까칠함에 까칠함, 원리원칙주의 융통성없음의 극치, 철투철미함.

모든 것에 완벽을 기하며,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벌을 준다. 

그 사람을 미워해서가 아니다. 

밤하늘과의 사투에서 지지 않기 위해 모두가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내 상사면 짜증날거 같은데, 대놓고 절대 뭐라 못한다. 

내제된 카리스마가 장난아니다. 그리고 말하면.. 짤린다. 젠장. 

뭐.. 한마디로 제법 멋지다. 아니 뭔가 범접하기 힘든 경외감 같은게 든다. 


일을 하고, 기술없이 회사를 다니다 보면

무엇을 위해 일을 할까. 무엇이 소중할까. 지금 중요한게 이 일 뿐인가. 

여러가지 생각이 들때가 많다. 


때로는 과한 열정이 타인에게 무시당하기도 하고, 스스로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에게 일은 곧 삶이고, 그 일을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 

행복이니, 여유니, 힐링이니, 하는 것들은 잠깐 뒤로 미뤄둔 채. 

이렇게 사는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 모르겠다. 

때로는 이런 삶도 멋지다 싶지만, 때로는 이게 과연 내 삶에 진정 중요한 문제인가 싶다.


반백이 되어 즐기지 못한 젊음과 이루지 못한 사랑을 뒤돌다 보며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것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제 위치에서의 자부심과 치열함을 아주 아름답고 솔직하게 묘사 했다. 

그 안에서 나. 그리고 내 옆의 동료. 내 아버지.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을 볼 수 있었다. 


한마디로 재밌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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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dorm

일기 2014. 8. 9. 04:41

뚜껑 열리는 제주 명물 나이트 함가봤는데..
음.. 볼거 딱 두개.
하나는 눈뿌리며 뚜껑 열리는 거.
그리고 하나는.. 흡.. 말 못해.


하지만 올만에 스무살처럼 놀았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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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성지

일기 2014. 8. 8. 15:08

이 곳은 곧

중이병 환자들의 성지가 될것만 같다. 

페북도 끊고, 이제 블로그도 끊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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