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눈치
나는 눈치가 빠른 편이다.
사실 나의 눈치는 오감이 타고나듯 의도적인 노력으로 만들어 진 건 아니다.
그냥 생겨먹은게 그런거 같다.
다행히 어디가서 욕먹을 짓은 잘 안하고, 오히려 이쁨받는 경우도 많고.
하지만 눈치가 빠르다 = "눈치를 본다"
이런 능력같잖은 건 지나가는 개 아니, 제주니까 망아지에게 풀뜯어 먹으라고 던지고 싶다.
#1. 어떤 사람에게 독설을 했다.
한때 소중한 사람이었고, 하지만 일련의 사건 끝에
스무살 꽃처녀 빙의해서 저주의 말들을 쏟아냈다.
난 그 사람이 상처받을까, 내가 너무 심하게 이야기 했나 내심 걱정했다.
반대로 내가 그런 말을 듣는다면, 내 의도는 그것이 아니고, 난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라며
구구절절 오해를 풀어보려 변명을 늘어놓을거 같다.
그저 미움받는게 싫어서인지, 아니면 네츄럴본 탑재된 눈치라는 놈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지만 나같지 않았다.
사실 해명을 하든 변명을 하든 이제와 무슨 소용인가.. 그가 맞다.
나만 우습게 살았다 싶다.
#2. 쓸모없는 감정소모가 있었다.
A라는 어른이 나에게 어떠한 사실을 이야기 했고, (업무적으로)
난 B라는 어른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공유차원에서)
B가 A에게 버럭해 서로의 감정이 상했고, A와 B는 득달같이 나에게 전화, 메신저 등으로
무언가의 해명 및 입장을 요구했다.
난 이런 상황이 너무 스트레스 였고, A와 B에게 각각 실망을 했다.
집에서 생각했다. A와 B도 집에가서 좀 후히하겠지, 부끄럽겠지..
하지만 내 생각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그냥 A와 B는 그러고 말고, 나만 괴로웠던 거다.
A가 B랑 한판 뜨든 피를 흘리든 난 왜 맘 고생했던걸까.
눈치보던 나만 찐따였다. (아. 술땡겨)
#3. 그래 미움 좀 받으면 뭐.
살면서 매번 사랑만 받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움을 크게 받은 적은 없었는데.
최근에는 사랑을 못받은건지, 아님 미움을 마구 받는건지.
여튼 '사랑-미움' 의 크기가 점점 줄다 못해 사라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럼 어때.
미움 받으면 어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 없는 노릇.
나 역시 싫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 싫어하는 사람이 내가 미워해서 못살았던가.
그래 난 눈치빠른 눈치보는 이 쓰잘데 없는 감각을 좀 무디게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무디게 하지?
눈치 빠른년이 이런건 몰라.
에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