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
첨에 이 영화 포스터를 봤을때 부터 느낌이 딱 왔다.
그리고 보러가려 할 때 극장에서 빨리 내려버려서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다 서울에서 출장온 회사분이 그 영화를 보며 내 생각이 났다며 강추했다.
내 알기로 외로움 쩌는 남자가 인공지능이랑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인데
왜 내가 생각이 날까.
내가 평소 너무 외로워 보였나, 내가 좀 찌질한 이미지인가.. 생각하며
잠깐 보기 싫어졌으나 겸허히 나의 고독과 찌질함을 인정하고 영화를 보게 되었다.
#1. 영화를 보는 바람직한 자세
소파에 담요 장전, 노트북에 블루투스 스피커 연결. 맥주로 화룡정점
#2. 2012년 미국에 무슨일이 벌어진게냐
아니 이 무슨 배바지 패션? 혹시 하이웨이스트냐. 아니 목티에 셔츠는 뭐냐. 넌.. 복학생이냐.
남주 역시 계속 배바지를 고수하는데 그때 유행이었나...나만 몰랐나 봉가.
#3. 띠오도르, 넌 가진자였어.
남주의 집이 너무 좋아서 탐이 났다. 특히 저 반질 심플한 거실, 야경 쩌는 침실.
넌 가진자였어. 부럽다.
#4. 공감. 내 마음.
진짜 내 마음과 같아.
#5. 총평
현실적인 내용이 아니면 크게 감동받지 못하는 나이기에
영화를 보기 전에 인공지능과의 사랑은 허황되다 느꼈지만.
어언 4년.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본 나로서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솔직히
나라도 사랑에 빠질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굳이.. 사람이어야 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오히려 사람보다 더 편리하고 깔끔하고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필요할때 언제든 이야기 할 수 있고, 내 이야기에 듣기좋은 피드백만 주고
심지어 성적욕구까지 공유하는 어떻게 보면 실체 없고, 편리한 연인이다.
그런데 이 섹시요염농염화끈매력 사만다(스칼렛요한슨 이 요물)도
점점 다양한 정서적 경험을 해 가며, 결국에 변해버린다. 이 남자를 울렸다. 놀라웠다.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랑는 감정, 이를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사람들이 하는 사랑이 이 보다 낫다고 할 수도 있을까...(역시 난 꼬인건가)
인공지능이 결코 사람의 영역을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라고 다른가 라는 생각은 든다.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유대 그런 것들의 대체 불가함을 띠오도르의 친구( 이 여자도 띠오도르처럼 이혼하고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다 시련을 당함)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기도 했지만
꼭 사람이어야 하나 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그래서 나도 띠오도르처럼 이렇게 슬픈 표정을 하고 방구석에 누워 있는건지 모르겠다.
꽁한 건어물녀의 맘이 아니라, 사랑에 푹 빠졌을 때 이 영화를 다시한번 보고싶다.
보는 내내 맘이 아프고, 설렜다 들떴다 슬펐다.. 종종거렸다.
정말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Good!